메밀꽃 필 무렵 모밀 꽃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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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 이야기

메밀꽃 필 무렵 모밀 꽃은 겨울!

달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은 겨울을 알리는 손님!

모밀꽃 필 무렵 이효석 작가의 단편 소설입니다. 1936년 10월 발표되었고 표준어로 바뀌어 메밀꽃 필 무렵이 되었습니다. 일본어로도 발표되었는데요 소바노하나노코로(ソバの花の頃)라고 합니다.

 

모밀꽃 필 무렵 이효선 국어표준어 전 제목 입니다.메밀꽃 필 무렵으로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메밀꽃이 필 무렵은 수타소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려지는 시기입니다. 햇 메밀을 만져 볼 수 있는 기회이죠. 햇 메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간이 수확해서 겨울을 지날 때까지가 아마도 햇 메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간일 것입니다.

 

그 기간은 10월 수확 후부터 12월까지 아닐까요? 12월이 지나면 작년이 되어 버리니 햇 메밀이라고 부르기에 멋쩍기도 할 것입니다. 한 해가 지나가면 아마도 가을 메밀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바집에서는 10월부터 햇 메밀 철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싱싱한 소바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메밀향에 한껏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옛날에는 메밀꽃이 피면 어땠을 까요? 이효석 작가의 글에서 나오듯 아름 답기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메밀꽃이 필 때면 한편으론 기쁜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곧 들이닥칠 매서운 겨울이 걱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메밀도 떨어지게 되면 그다음이 걱정되고 살기 위해 또 걱정하는 시기였어서 곧 있을 메밀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도 걱정을 놓지 못했다고 합니다.

 

구황작물 모밀, 메밀 비황 작물 이라고도 부릅니다.햇 메밀은 가을 메밀을 말합니다.

비황 작물 메밀

굶주림은 옛날이야기 같지만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몇 킬로를 걸어 물을 길어야 하는 아프리카의 주부들부터 가깝게는 점심을 쿠폰으로 먹는 우리 아이들도 있으니 말이죠.

 

메밀꽃 필 무렵은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엄혹한 겨울을 알리는 전령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을 지낼 수 있었다면 즐거운 수확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배고픔은 어서 빨리 표준어에서 빼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메밀 속에는 곡물 중에 단백질도 풍부하고 여러 가지 비타민도 들어있어 망정이지 추운 겨울 메밀도 마음껏 못 먹는 영양사태였다면 지내기 너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메밀은 병충해가 거의 없는 작물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메밀을 여러 지역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흉년을 대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슬기롭게도 메밀을 많이 갖고 있는 지역에서 없는 곳으로 보급이 되었다고 합니다.

 

메밀꽃 필 무렵에는 메밀싹도 구하기 쉬워집니다. 먹으면 몸에도 좋다고 하니 색다른 맛을 즐겨 보실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도시대에는 메밀싹을 이용해서 소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녹색의 메밀 싹이라 소바를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바의 색이 녹색 빛이 났다고 합니다.

 

일본의 야부소바는 녹색메밀 메뉴가 있습니다.

야부소바 녹색메밀의 시작은 여름.

일본의 노포 야부소바는 여름에 시그니쳐메뉴로 메밀싹을 이용해서 녹색소바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크로렐라를 이용하는데요 녹색소바를 만들어 낸 이유가 손님들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여름에 먹을 수 있는 소바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산화된 메밀로 인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라운 색의 소바면을 먹게 되는데 맛도 떨어졌던 것이죠. 반면에 가을 수확 후 만드는 수타소바는 자연스럽게 녹색을 뽐내는 아름다운 소바가 만들어집니다. 

 

야부소바에서는 사시사철 햇 메밀 색으로 만들어 보자 했던 것이죠. 취지도 좋았지만 색도 뛰어나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도 되었다고 합니다.

 

가을 추수 햇 메밀이 가장 맛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걱정반 기대반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대감으로 흥분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물과 섞이는 메밀가루의 향은 만드는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입니다.

 

마치 군대이야기처럼 네버엔딩 스토리이죠. 가을 이 되면 메밀꽃은 다시 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