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수타소바 면발, 한 번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어릴 적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소바를 먹으며 수타소바 장인을 꿈꿨던 저는, 직접 메밀가루 반을 하면서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메밀 반죽은 수타 소바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메밀가루의 종류, 물의 온도, 반죽 시간 등 조금만 달라져도 면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소바 장인들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하는 분야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수타소바를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함께, 맛있는 반죽을 만드는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해요.
수분 함량부터 숙성까지: 메밀 반죽의 모든 것! 변수를 조절하다
수타소바, 찰진 메밀면과 깊은 국물의 조화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음식이에요. 하지만 그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면발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섬세합니다.
특히, 메밀가루 반죽은 수분 함량, 혼합 시간, 숙성 과정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면의 질감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소바 장인들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하는 분야죠.
저도 제면 초보 시절에는 직접 만든 소바를 삶으면서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언 뜻 끓는 물속에서 짧게 끊어진 면발을 봤을 때인데요 배운 그대로 동작이나 리듬을 타는 것 같은데 메밀면을 삶아 보면 짧게 끊어졌습니다. 그래서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다시금 어떻게 해서라도 긴 메밀면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만들었습니다. 스승인 소바장인께 가르침을 받지만 제 실력의 뭐가 틀린 것인지 모르고 지나간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수타소바 장인으로 가는 지름길 발견! 죽으라는 법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끓는 물이 있었어요. 전분을 호화시켜 접착력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여 긴 소바면을 만들었어요.
어차피 수타제면 방법 중 다른 기술이니까요. 변칙은 아니지만 찬물로 만드는 메밀면보다는 여러 가지로 메밀 반죽의 비밀을 푼 것 같았어요.
참 사람이 간사한 것이 길게 뻗은 면을 못 만들 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길게 만들고 싶어 뜨거울 물을 끓이고 계량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요 점점 수타제면 실력이 붙자 물 끓이는 것도 귀찮아지는 것이었어요.
메밀 반죽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다시 찬물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러자 초반에 했던 실수가 다시 튀어나오는 것이었어요. 수타소바 제면이 한 번에 성공하는 일은 역시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느꼈던 때였어요.
그 후 제가 수타제면에서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가수량이 조금만, 그것도 아주 미세하게라도 차이가 나면 메밀 반죽의 상태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날 때도 있다는 거였어요.
이유는 수타제면 상황과 메밀가루의 문제, 제 탓도 있겠지만, 메밀가루는 직접 만져보고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분명 한계는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수타소바 제면 과정 중 손으로 메밀가루를 반죽하다 보면 완성되는 지점을 느낄 수 있어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는 또 다른 그 섬세하게 발견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할까요? 다만 그 지점에서 완성시키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면 완전히 딴판인 반죽이 나오는 거예요.
수타소바 제면 경험이 많은 소바 장인들은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지점이 곧 좋은 메밀면이 되는 상태일 거예요. 그렇지만 초보들은 이 찰나의 순간을 알아채기 힘든 것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당연했던 것 같아요.
국내에서 최초로 제가 수타소바 체험 교실을 열고 했던 일은 매일 수타제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타소바 장인이 되기위해서 당연한 일 같은데요 국산 메밀과 제분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어요.
뭐라 그럴까요?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메밀면을 만들 수 있는 국산 메밀가루의 상태를 체크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어요. 물론 제분회사들의 메밀가루를 종류별로 사용해 보기도 했죠.
실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메밀가루 20kg 한 포대를 반품한 적도 있었어요. 반품을 받아주는 입장에서도 찔리는 것이 있는지 순순히 바로 환불해 주더라고요. 우리나라 메밀가루의 실태가 조금 열악하기는 한 모양이에요.
다시 메밀 반죽의 비밀 이야기로 돌아오면 수타소바 과정 중 물 섞기(미즈마와시)에서 덩어리로 붙는 메밀가루가 있는 반면 전혀 뭉쳐지지 않는 가루가 있어요. 뭉쳐지지 않는 가루는 저에겐 천재지변에 비견될? 사건으로 수타소바 기술적으로 높은 벽에 부딪친 상황이 되었어요.
과연 이런 가루는 등급이 떨어지는 메밀가루일까요? 아니면 제 수타제면 실력이 떨어져서 일까요? 메밀 제면시 돌발 변수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요 이 역시도 꾸준한 경험으로 넘어야 해요.
매일매일 손님을 치러내야 하는 실전의 현장, 식당의 입장에서는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요. 마음이 평화롭고 스트레스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경험에 의하면 오만가지 생각으로 굉장한 혼란에 빠져 쉬운 거죠.
수타제면을 꾸준히 해왔고 여러 종류의 메밀가루와 산전수전을 치러낸 베테랑이라면 메밀 반죽의 비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해드린 말씀이라고는 실전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말뿐이 없는 것 같네요.
요컨대 수타소바 장인의 제면은 단순한 요리 기술을 넘어, 과학,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메밀가루 반죽 시 미세한 변화에도 면의 질감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해요. 하지만 그만큼 수타제면은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해요.
이 글을 통해 메밀 반죽의 모든 것에 대한 비밀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고, 수타소바 장인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수타소바의 매력에 빠져 직접 만들어 먹는 기쁨을 같이 누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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