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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 이야기

전통 테우치소바 전문점과 역전 소바집

by 키리안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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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메밀국수 테우치소바는 간판만 놓고 보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수 있어요. 또는 기계로 만들지 뭐 하러 손으로 국수를 만드는 거지? 수타 제면의 존재 이유를 궁금해하실 수도 있고 말이죠. 그래서 소바집 중에 편리를 추구하는 곳과 전통을 계승하는 곳 두 곳에 대해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의 키리안 소바 체험 교실에서 메밀가루와 밀가루 물을 섞어 일식 소바를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본어로 수타소바는 테우치소바로 부르며 손으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키리안 소바 체험 교실

 

키리안의 이런 저런 생각

 

간판을 전통 테우치소바로 걸고 영업을 하는 식당을 잠깐 상상해 보면 소바집 창문 안쪽에서는 그날 팔기 위한 소바를 메밀가루를 뿌려가며 열심히 만들고 있을 거에요.

 

매일 소바를 만드는 이유는 정말 살아있는 메밀의 맛과 향기를 손님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일 거예요. 그것이 아니라면 테우치소바집을 운영할 이유는 없을 거에요.

 

옆나라 일본에서는 소바의 신이라고 불리는 다카하시 쿠니히로 장인이 있어요. 그의 소바집에서는 자루소바 한 가지만 팔았는데요. 소바의 신다운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단출한 메뉴 구성이에요. 그 자루소바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다고 해요.

 

물론 누구나 단 한 가지 메뉴로 장사할 수 없을 거예요. 먹는데 3분이 안 걸리는 음식을 남들이 열광할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사람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을 거에요. 그렇다면 테우치소바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건 보통의 식당들은 어떤 메뉴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처음부터 원칙은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카하시 쿠니히로 장인처럼 단 한 가지 메뉴로 영업을 해나갈 수는 없지만  전문점에 어울리는 메뉴들을 짜야해요.

 

메밀 함량이 높은 테우치소바에는 너무 뜨거운 육수를 끼얹어 나가는 소바는 잘 어울리지 않아요. 앙카케소바도 어울리지 않는 메뉴 중 하나일 거에요. 뜨거운 육수에 전분을 풀어 테우치소바에 뿌리면 잠깐 사이 불어 터져 버릴 수 있으니까요.

 

뜨거운 육수를 부어나가는 카케소바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앙카케보다는 온도가 낮은 탓에 약간에 시간은 더 벌 수 있지만 메밀가루 함량이 높은 소바는 역시 불어 버릴 거예요.

 

이것은 우리나라나 일본,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국수가 불어서 숟가락으로 먹게 되는 것은 좋지 않게 생각하니까요. 일본의 지하철역 앞의 서서 먹는 카케소바는 메밀 함량이 굉장히 적어요.

 

같은 카케소바인데 테우치소바집과 역전앞에 서서 먹는 소바가 장소에 따라 가격이 50% 차이가 날 거예요. 두 곳의 다른 점은 면발의 탄력도에서도 나타나요. 카케소바의 뜨거운 육수 속에서도 불지 않고 견디는 면발은 밀가루 아니면 힘들 거든요.

 

제대로 된 전통소바를 원하는 손님은 있어요. 반대로 중간정도의 품질에 다양한 메뉴의 한 끼를 배부르게 먹기 원하는 손님도 있고 말이죠.

 

여기서 식당의 선택이 갈릴 수 있는데요 뜨거운 앙카케 메뉴 등에 두루 맞는 면발을 준비할 것이냐? 고품격 소바도 준비할 것이냐 결정해야 하는 거죠.

 

소바 마니아들을 위한 전통소바 본연의 맛을 팔 것이냐? 역전앞의 다양한 메뉴도 같이 파는 길을 택할 것이냐? 또는 닭고기덮밥 튀김덮밥 등의 밥 종류로 정식 메뉴를 개발해서 팔 수도 있을 거예요. 

 

전통 테우치소바 마니아는 마니아대로 "이게 전문점이야?" 하면서 불만이 쌓일 수 있고, 소바는 그저 쫄깃하고 검은색의 면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두고 장사를 해야 하는 업주는 메뉴를 선보일 때 고민이 될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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